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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 죄와 벌 <신과

한국식 동양 판타지가 남긴 논란과 눈물귀신입니다! 귀인!

웹툰이 본격적으로 영화화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파급효과를 낳은 작품이 바로 이 '신과 함께-죄와 벌'이 아닐까 싶다. 14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이유를 꼽자면, 개봉 전부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탄탄한 원작이 첫 번째 이유이고, 나름대로 싱크로율이 잘 맞는 캐스팅이 두 번째 이유다. 한국인을잘자극하는블록버스터형식이잘그려졌다는점이세번째이유로,마지막으로한국특유의감성중하나인신파요소가너무잘어울리지않았나생각한다. 나도 영화 원작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만화 팬이라 영화 개봉 전 캐스팅 과정에서 설레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러나 개봉 며칠 안 돼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관객 수에 비례해 생각보다 평점이 저조해 본 사람은 잘했다는 사람보다 잘못했다는 사람이 더 많은 듯했다. 심지어 졸작이라고 치부하는 이도 있고 시간을 허비했다고 푸념하는 이도 여럿 있었다. 영화 개봉 시기에 맞춰볼 수 없어 남들보다 조금 늦게 영화를 봤지만 극장을 나올 때 드는 생각은 괜찮지 않아?였다.
이승에서의 일곱 가지 죄를 저승에서 49일 동안 재판받는다 살인 게으름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까지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다시 태어나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시놉시스만 봐도 얼마나 매력적인 소재인가. 원작인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었기에 영화 자체의 기대가 한껏 높아진 찰나,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보니 이게 뭐냐. 기존 원작에 있던 캐릭터들은 설정만 남겨둔 채 교체되고 스토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전개도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원작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완전한 실망을 안겨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원작 파괴라는 얘기가 많았다. 주인공의 직업이 바뀌고 내용보다 CG로 혼란스러운 예고편을 보면 사람들의 우려를 이해할 수 없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 부분만으로는 영화를 평가하기 어렵다. 비록 원작에서 설정을 했다 하더라도 영화가 완전히 웹툰을 그린 영화는 아니어서 방대한 양의 만화를 2시간 남짓한 영화에 담는 것은 무리다. 그러니까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헐뜯는 사람들에게는 뭐랄까... 시어머니의 짓밖에 없는 셈이다.
영화를 변호하려는 게 아니라 영화 자체의 가치를 좀 따져보자는 얘기다. 물론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닐 게 분명하다. 초반의 날림 전개나 지나친 유머 요소 등 영화로만 보았을 때도 부족한 점은 물론 있다. 다만 영화의 외적인 것만 평가하기에는 영화가 지니는 가치도 나름대로 매력적인 편이라고 한다. 우선 장르적 연출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는 게 사실이다. 원작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현실적 요소를 잘 반영했고, 그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 속 스토리가 실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의 면모도 여느 신파와 달리 다양한 시선으로 그려 영화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동시에 입체적인 성격을 갖도록 노력했다. 이에 비해 주연을 제외한 조연 인물들의 이야기도 잘 진행돼 영화 전체적으로 부자연스럽지 않은 편이었다. 스토리를 제외하고는 예상보다 화려한 그래픽과 CG가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기존 영화가 보여주던 부자연스러운 CG 효과를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기법을 적용시킴으로써 할리우드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잘 이끌어낼 수 있구나 하는 장면 연출을 잘 보여줬다. 캐스팅은 말할 것도 없고 작품성이나 흥행성만 보더라도 영화가 원작의 이유 때문에 무조건 비판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원작의 이유를 배제하고도 많은 사람들이 혹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파의 요소다.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요소가 바로 이 신파가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영화사 특유의 즙 짜기식 연출에 싫증났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신과 함께-죄와 벌>도 결국 이런 전형적인 신파극으로 몰고 갔기 때문에 혹평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와의 이야기 가능성이 낮은 데다 극적인 완성도가 이어지지 않아 어머니의 눈물 정도로 끝내려 했다는 게 이유다. 솔직히 이 부분은 인정하는 편이지만 전반부에 긴장감 있는 전개와는 달리 후반부를 느슨하게 끌고 간 편으로 주인공이 아닌데도 등장한 제3자 캐릭터의 변화와 결말을 이끌어내는 것은 보는 관객에게 갑자기?와 같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우는 사람이 많았는데 막상 울면 전반적인 영화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잊은 사람이 많지 않았을까. 감동 코드에 치우치는 바람에 결국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망쳐버린 셈이다.
작위적 신파임에도 불구하고 괜찮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영화 관람평을 봐도 울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듯이 한국인만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터치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신파는 불편하다고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면 가슴 아프다는 아이러니를 가진 영화가 아닐까. 덕분에 '신과 함께-죄와 벌'은 대중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특정 계층에게만 할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로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연령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메시지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 편하게 모이다 보니 오히려 대중을 매력적으로 소구하게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참고로 마지막으로 조금 아쉬운 점을 꼽자면 주인공 김자홍(차태현)의 연기가 아쉬웠다. 시종일관 같은 톤으로 설명 없이 어머니를 찾는 차태현의 모습은 어색하다. 결말부를 제외하면 눈에 띌 정도의 감정 변화도 잘 소화하지 못하고 기존 연기만 답습하다 보니 신과 함께-죄와 벌에는 어울리지 않는 연기 자체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이런 영화에서는 쑥맥이 아닌가 싶다.
덕분에 조연들의 연기가 사라에게 빛나게 되었다. 7개의 재판을 관장했던 김해숙 장광 정해균 이경연 김수안 배우로부터 우정출연이지만 주연급 포스를 자랑하던 이정재와 극 흐름의 중요한 스토리라인을 이끈 김동욱 도경수 배우까지 주연만큼 호화로운 조연계의 초특급 캐스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영화 보는 내내 영화 보는 맛이 있었다. 개성 있는 인물들의 흐름을 이어받는 것 외에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이 사람도 나다 같은 흥미를 끌기에는 정말 좋았다. 애석하게도 기대했던 몇몇 인물은 비중이 줄어드는 바람에 영화 속에 나왔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다양한 인물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좋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일종의 장치 설정에 심혈을 기울이려는 노력이 보였지만 인물의 성격이 극단적이어서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일으켰다. 어디서든 있을 법한 이야기로 감정을 끌어내기보다 극단적인 상황 선택으로 관객을 설득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여담으로, 연말에 부모님과 함께 이 영화를 보았지만 정말 견딜 수가 없었다. 영화의 주제 자체가 '모성애'를 다루고 있어서 숨죽이기에 바빴다. 영화 전개 속 일정 장면에서 모두 그랬던 것처럼 뻔한 신파 크리셰이지만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극장에서 수많은 흐느낌 소리를 들었으니 어지간히 멘탈이 센 사람들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음악과 컷의 구도, 연출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드라마 '국가대표'와 '미녀는 괴로워'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의 노련미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이전 재판 과정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관객을 3자의 시선에 두고 극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는 데 집중시킨 반면, 절정을 살펴보면 마치 관객이 영화 속 인물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영화의 1자적 시선에 힘을 실어 표현했다. 그 덕분에 마치 관객들이 여러 평의 방을 건너 보는 기분이 들도록 잘 설계된 것 같다.
죄를 짓고 살면 이럴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기존 영화들이 갖는 권선징악의 묘사 방법은 현실에서의 배경을 토대로 표현했기 때문에 한계점이 있었지만 사후세계인 저승사자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한계 없이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판타지적 세계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온몸으로 실감하기는 어렵지만 재판이라는 과정을 통해 죄의 무게를 결정하는 것이 동양적 무속신앙의 배경이었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조건 아래서 더욱 실감나지 않았나 싶다. 죄를 짓는 것과 이를 용서하는 과정까지 가족이라는 요소 속에 묶음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방식이 단순하고 극적이기는 하지만 보편적인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과 동시에 영화 전체를 투과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다. 국내에서 모성애와 가족이라는 신파 요소가 주는 전형적인 클리셰를 따른 것이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는 떨어질지 몰라도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결국 무엇인지는 잘 설명한 셈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은 한국식 판타지 시리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후 개봉한 신과 함께의 흥행력만 보더라도 한국 영화계에서도 이런 장르가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원작과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는 영화가 지닌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와 쉽게 볼 수 있는 소재, 발전된 CG와 연출 그래픽까지 좋은 점을 보여줬지만 기대에 못 미쳤던 모습과 신파에 치우친 스토리는 아쉬웠던 것 같다. 그래도 가족이 함께 모여 보기 좋은 영화라는 제목은 잘 된 것 같다.사진 출처 : 『신과 함께-죄와 벌』In 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