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부히말라야 EBC 트레킹 리뷰] ③세 번째 날 네팔 카투만즈에서 라메첩 공항으로 이동
2019. 11.26 (화요일) 다빈치, 대아, 정국천 그리고 해피라이프
잠을 거의 못 잔 채로 새벽에 일어났다. 아침부터 라메챠프 공항에서 비행기 타러 이동해야 했다. 아침 식사도 못한 채 가이드 닉쿤이 가져온 픽업트럭에 짐과 몸을 싣고 새벽 어둠을 달리기 시작했다. 게하 밖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잔 이유로 고개를 거의 떨구었다. 나도 졸았다. 대부분의 도로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된 한국과 달리 네팔 외곽 도로는 비포장도로로 울퉁불퉁한 도로를 끝없이 낮춰 갔다.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주유소는 한산한 곳에 휘발유 탱크도 쉽게 생겨 새벽에 문을 연 곳은 거의 없었지만 도로 옆 휴게소는 시골 마을의 구멍가게였다. 그나마 도로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여명이 밝아왔다. 왼쪽 창가로 큰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고도계를 보면 4500m에 불과하다. 어느새 고도를 1000m 이상 낮췄다. 그래서인지 강 사이에 낀 녹지에는 논밭이 또렷이 보였다. 이 장면을 보고 네팔은 산악국가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논과 밭이 있는 강 하류지역은 상대적으로 풍요로워 보였고 사람들의 표정도 어느 정도 여유로워 보였다. 도로도 어느새 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경지 관리도 잘 되는 걸 보면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 온 듯하다. 네팔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기분이었다.
마침내 우리의 목적으로 한라매첩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또 다른 불행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루클라에서 박딩과 몬초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비행기 자체가 이륙하지 않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 어제도 비행기가 뜨지 못하자 어제 손님들이 타고 출발해 하루 종일 기다리던 16시 30분 공항 대합실에서 이제나저제나 기다렸지만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뜨지 못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찍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마을인 라메첩은 로지 자체가 거의 없다. 하는 수 없이 가까운 곳에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다. 이런 경우는 상상도 못해 까마득한 이야기지만, 나중에야 카트만두 공항 보수공사로 루크라행 비행기는 모두 지방에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프로펠러 비행기는 안전한 바람과 기류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함께 수속을 한 30여 명의 호주에서 온 고등학교 트레킹팀도 함께 물러나야 했다. 이들은 인근 텐트촌에서 합숙하고 있었으므로 그대로 제자리로 돌아가면 됐지만 로지를 찾아야 했다. 수속중에 빼앗긴 가스와 라이터를 정중하게 말해 다시 회수했다. 가져온 리액터로 물을 데우고 양치질을 하는 데 꼭 필요했다. 다음 날 가스는 포기하고 라이터는 꼭 숨겼다.
네팔의 트레킹은 이렇게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서두르면 심신 건강에 해를 끼치는 그냥 느긋하게 기다려야 돼 열받지도 말고 화내지 말자 네팔의 트레킹은 기다림이다.
네팔 라메첩 공항의 또 다른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다. 야호, 우리도 갈 수 있어.